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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지 식물

극한지 고산 식물의 잎 표면 털 구조가 하는 역할

by InfoBoxNow 2025. 7. 25.

고산지대는 강한 자외선, 낮은 기온, 극심한 건조, 강풍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잎은 광합성뿐 아니라, 수분 보존, 열 유지, 외부 물리적 손상 방어까지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고산 식물은 잎의 표면에 다양한 형태의 털(trichome)을 발달시키는 독특한 전략을 진화시켰다.

 

이 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물리적 보호막, 미세 기후 조절 장치, 병원균 방어막 등의 다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고산지대 식물의 털은 평지 식물보다 훨씬 더 길고 조밀하며, 색소가 풍부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고산지대의 혹독한 환경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적 진화의 결과로 이해된다.

 

 

고산 식물의 잎 표면 털 구조 역할

물리적 보호와 열·수분 조절: 털이 만드는 미세 기후

고산 식물의 잎 표면 털은 물리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 조밀한 털은 바람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여 잎 표면의 증산 속도를 낮추고 수분 손실을 억제한다. 알프스의 Edelweiss (Leontopodium nivale)는 잎 전체가 은백색 털로 덮여 있으며, 이 털이 공기층을 형성해 낮 동안 수분 증발량을 30~40%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털은 잎 표면의 열 손실과 과열을 동시에 조절한다. 고산지대의 낮은 기온에서는 털이 공기층을 만들어 잎의 열을 보존하지만, 한낮의 강한 햇빛 아래서는 은백색 털이 빛을 반사해 과열을 막는다. 이는 일교차가 큰 고산 환경에서 잎의 온도 변화를 완화하는 미세 기후 효과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털은 물 저장과 흡수에도 기여한다. 밤이나 이른 아침에 털에 맺힌 이슬은 서서히 잎 표면으로 흘러 들어가 기공 주변을 적신다. 히말라야의 Saussurea gossypiphora는 털이 길고 솜처럼 조밀해, 이슬을 머금고 낮 동안 점차 증발시켜 잎 내부 수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자외선 차단과 병원균 방어: 털의 생리적 기능

고산지대의 강한 자외선은 잎의 광합성 조직과 세포 DNA를 손상시킨다. 고산 식물의 털은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은백색이나 갈색 털에는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카로티노이드 같은 자외선 흡수 색소가 풍부하다. Edelweiss의 털은 UV-B 파장을 70% 이상 반사한다는 연구가 있으며, 이는 잎 내부 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기능이다.

 

또한 털은 병원균 방어막 역할도 수행한다. 조밀한 털은 곰팡이나 세균의 물리적 침투를 막고, 털에서 분비되는 항균성 화합물이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Saussurea obvallata의 잎 털에서는 항산화 및 항균 활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이 물질이 잎 표면의 미생물 서식을 억제한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마지막으로, 털은 활성산소(ROS) 제거에도 기여한다. 강한 자외선과 낮은 기온은 잎 세포에서 ROS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털이 포함한 항산화 효소(카탈라아제, 과산화효소)가 ROS를 분해해 세포 손상을 줄인다.


유전자·진화적 배경과 생태적 의미

고산 식물의 털 발달은 유전자 수준에서 정교하게 조절된다. 잎의 털 발달은 GLABRA(GL) 유전자군TRANSPARENT TESTA GLABRA(TTG), 그리고 MYB 전사인자에 의해 조절된다. 고산 식물에서는 이러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평지 식물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털의 길이와 밀도가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털 구조는 단순히 한 개체의 생존을 넘어서 군집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털이 수분을 머금고 증발시키는 과정은 주변 공기의 습도를 미세하게 높여 근처 식물의 증산 부담을 줄인다. 또한 털이 빛을 반사해 잎 아래 토양의 과열을 막고, 토양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결국 고산 식물의 잎 털은 물리적·생리적·생태적 측면에서 통합된 생존 전략이다. 강한 자외선과 건조, 큰 일교차라는 고산 환경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이를 통해 고산 식물은 짧은 생육 기간에도 안정적으로 광합성과 번식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미세한 털 한 올 한 올이 바로 고산지대 생태계의 생존을 지탱하는 진화적 산물이다.


고산 식물의 잎 털은 수분 보존, 열 유지, 자외선 차단, 병원균 억제 등 다양한 생리적 역할을 한다. 이 털은 유전자 수준에서 진화적으로 강화된 구조이며, 고산지대의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적응 전략이다.